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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一讀一行) 독서법 : 유근용(초인 용쌤) - 7

by 러브리치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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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많이 부담스러웠다. 일독(一讀)은 하겠지만 일행(一行)이라니...

실행력이 현저히 낮은 나에게는 절대 불가능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많이 깨닫고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읽어왔다.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그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어린이용 소설, 명작 등 예쁜 그림이 많고 재미있는 책들을 주로 읽었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떠했을지 상상했다(만화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고 싶어서 머리맡에 책을 두고 잤다. 그 때문에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잘못된 자세(엎드려서 읽기, 누워서 읽기, 어두운 곳에서 읽기 등) 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초등 6학년 무렵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초등 5학년 때 학교에서의 일이 기억난다. 

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신 사이, 반 아이들이 매우 시끄럽게 떠든 적이 있다.

(보통 그렇지 않은가?)

교무실에 잠깐 다녀오신 선생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 교무실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렸고, 교감 선생님께서 담임 선생님을 책망하신 듯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벌을 섰지만 나는 예외였다.

나는 책을 읽느라 떠들지 않았기 때문(진짜임)이고, 그 점을 선생님께서도 잘 알고 계셨기 때문('러브'는 책을 읽고 있었을테니 떠들었을리 없고, 나머지-다른 아이들-는 전부 ...해!)이었다. 

 

중학생이었을 때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었다. 가끔 나이에 맞지 않는 책들을 읽어서 내용이 어렵고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수능과 연계된 책들만 읽었다. 시험에 나올만한 문학들의 일부분들을 수업 시간에 읽고 배우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서점이나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일이 없어졌다.

(수능이 끝난 후 읽었던 '개미'라는 소설-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은 기억에 남는다.지금도 집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버리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대학 때는 전공서, 교양 과목 책들만 읽었고 그 외의 책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학점이 좋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다시 책을 찾게 되었다. 여전히 내 책장에 가득 꽂혀 있던, 어릴 적부터 버리지 않고 갖고 있던 많은 책들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니 나는 지금도 책을 버린다거나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책을 접고... 이런 행위들을 하는 게 책에게 참 미안하다.

재작년까지의 내 책들은 새 책이었다. 구겨진 부분도 없었고 밑줄 그어진 부분도 없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 구절들이 많이 있었지만 '책'이기에 절대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책을 매우 좋아하고 아끼는 행동이라며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짧은 생각이었다.

일독일행을 읽으며 깨달았다.

책을 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깨끗하게만 읽으면 책을 통해 내가 얻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책과 대화를 하고, 저자와 내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도 하고, 내 생각에 영향을 주고 내 마음에 위안을 준 구절들에 밑줄을 긋는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되어졌다. 책을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다.

아직 책을 접거나 책에 직접적으로 메모를 하지는 못 한다. 그러나 인덱스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메모형 포스트 잇을 붙여 책과 대화를 하고 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 구절들은 책 외의 공간에 따로 메모를 해 놓는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쌓여가니 기분이 묘했다. 이미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저자의 말처럼 밑줄을 긋고 사색을 하며 문장들을 곱씹고 있다. 똑같은 책인데 책을 읽는 방법을 바꾸니 나 역시 변했다. 

 

저자가 말하는 '깊이 있는 독서가'이고 싶다. 읽는 책의 양만 많아서는 생각의 깊이가 있는 독서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책과 대화를 하고 저자와 생각을 교류하려는 지금의 내 독서법이 아직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직 책을 읽으며 깨닫고 느낀 점을 전부 글로 옮기지는 못 했다. 아직도 부족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저자처럼 책을 통해 사람이 바뀌고 있다.  

유근용 저자께 감사드린다.